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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사진

[2006년 8월 6일] 태양을 녹이는 불사사도북 완주 사진, 후기

삼백억이 처음으로 친 불수사도북.
이코스는 어느계절에 가도 넘 멋진,
서울을 대표하는 종주 코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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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도로시의 후기

-- 나를 변화시킨 24시간 동안의 천국과 지옥의 경험들 (불수사도북 종주 - 8월 5~6일) --

24시간 동안의 불수사도북 종주를 마치고 꼬박 45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느낌을 되돌리기란 쉽지가 않네요...
어찌 보면 사람은 참 간사한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최고의 순간, 최악의 순간이라고 하면서
지나고 나면 큰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니 말입니다...

처음 카페 가입하고 산에 갔을 때,
다른 회원들이 처음치고 산 잘 탄다고 칭찬하시더군요...
처음 한 두 번 들었을 때는 자신감이 생겼는데,
여러 번 듣게 되니 자만함으로 바뀌었습니다...ㅠ.ㅠ
카페 가입한지 3개월 만에 이런 힘든 산행을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자만함 때문에 과감히 신청하게 되었죠...

제 생각이 오판이란 건 처음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암산에서의 초스피드 산행...
지금까지 갔던 산행 중에 가장 빠른 속도였어요...
수락산 까지 종주하고 선인장님이 안타깝게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따라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습니다...
선인장님 가면 여잔 나 혼잔데,
의지할 사람이 없어졌으니 외로움과 두려움이 밀려오는 건 당연하겠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건... 글쎄요...
그냥 맘 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붙잡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랄까?^^;;

산행 전체에 대한 여정은 아래 다니님 후기에 자세히 나와 있어서
저는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북한산에서의 산행은 정말 정말 힘들었습니다...ㅠ.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산 아래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그대로 내려가 버렸음 좋겠다구요... ㅠ.ㅠ

개인적으로 워낙에 산을 좋아하는 터라,
저의 산행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운동화 신고 짧은 거리 왕복하는 정도였죠...
여름에도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가고,
산이 그리워질 때마다 읽었던 법정 스님 책들은
제 책장 한 공간을 차지하구요...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고 나서 산이 더 좋아지는 건...
바로 ‘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할 수 있겠죠...
아니, ‘산에 미쳤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네요...^^;;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이런 글귀를 봤습니다...
‘‘강한 여자’라는 것은 거칠고 사납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라구요...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하는 것도 제 스스로가 거칠어지는 게 아닌
‘강한 여자’,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여자’로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려 합니다..
(남들이 인정 안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산 +도로시 = 강한 여자’ (ㅋㅋㅋ)

산행 내내 저의 앞, 뒤에서 맴버들이 한 말들이 아직도 귀에 선하네요...
가슴으로 마시는 산님, “쓰러질 듯 하면서 끝까지 잘 가네..” “ㅡㅡ;;”
커스텀님, “이런 사람이 무서워...” “ㅡㅡ;;”
새벽별님, “우리 종주 맴버로 영입됐어~” “ㅡㅡ;;”
다니님, “효정! 도로시! 파이팅!” “ㅡㅡ;;”
삼백억님, “다음엔 태극 종주 가야죠~?” “ㅡㅡ;;”

중간에 아쉽게 떠나야만 했던, 선인장님, 네버다이 칸님, 그리고 내 친구 몽상가...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아! 그리고 늘새롭게님과 토끼님!
언니들은 우리들의 영원한 천사예요!
북한산 입구에서 제 모습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신 언니들의 모습
영원히 잊지 못 할 거예요! 물론 양손을 무겁게 하구서...^^

마지막으로 이번 산행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힘든 적이 또 있었나 생각해 봤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배운 것 같구요,
‘이렇게 힘든 것도 해냈는데 다른 거 뭔들 못 하겠어’하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산행이 사람을 만든다고...
이번 계기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진 제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정말 뿌듯합니다~^^
산행 중에는 힘들어서 ‘다신 이런 거 안해! 이제부턴 웰빙 산행만 할거야!!’
라고 맘속으로 몇 번이고 소리쳤던 제가...
지금은 ‘다음엔 어떤 종줄 해볼까.... 강남 10산? 지리산 종주?’
이러고 있네요...^^;;

짧게 쓰려고 했던 후긴데, 두서없는 얘기만 길게 늘어놓은 것 같네요...
마지막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불수사도북 종주!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