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명소 5선

 

 

올해는 늦추위가 기승을 부려 여느 해보다 봄소식이 늦을 것으로 보인다.

봄꽃의 개화시기가 유난히 빨랐던 지난해에 비하면 꽃소식도 열흘 가까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예보한 서울의 개나리 개화시기는 3월31일. 보통 개화시기 이후 7일 뒤에야 만개하므로 절정의 개나리는 4월7일이나 돼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나리에 앞서 피는 매화며 산수유의 꽃소식은 이달이 지나기 전에 남쪽에서 시작되기에 이른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 5곳을 골라봤다.



1. 경남 거제 지심도

경남 거제 장승포항 남동쪽 5㎞쯤에 떠있는 지심도는 면적 0.36㎢, 해안선의 길이가 3.7㎞에 불과한 자그마한 섬이다. 섬의 형상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해서 지심도(只心島)란 이름이 붙었다. 지심도는 아예 섬 전체가 동백숲이다. 지심도의 동백은 매년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2월 중순을 지나며 절정을 이룬다는데, 올해는 꽃이 늦어 3월 중순까지는 절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절정을 넘어서도 4월까지 피고지기를 반복하는데다, 동백의 아름다움은 만개했을 때보다 툭툭 떨어져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펼쳐질 때가 더 아름다운 법이니 굳이 절정의 시기를 맞춰 가지 않아도 된다.

지심도에서는 산책로를 따라서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이 전부지만, 동백숲이 터널을 이룬 오솔길과 바다 풍경이 수없이 발길을 붙잡는다. 장승포항에서 하루 세번 오가는 배가 닿는 선착장에서부터 동백꽃 터널의 오솔길이 시작된다. 동백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지심도에서 마주치는 아름드리 동백은 다른 곳에서는 쉽사리 만나기 어렵다. 간간이 동백꽃 반짝이는 이파리 사이로 푸른 남쪽 바다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섬에는 10여년전 문을 닫은 일원초등학교 지심분교와 섬 남쪽의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쓰던 포진지 터와 탄약고 등이 있다. 지심분교의 폐허가 된 교정에서 쓸쓸함을 맛보거나, 포진지터 부근의 헬기장에 서서 탁 트인 바다를 내다보는 것도 좋다.

지심도 주민들은 모두 12가구 20여명. 대부분 민박집을 운영해 생계를 꾸려간다. 길어야 3시간이면 섬을 모두 다 둘러볼 수 있지만, 일출이나 일몰을 보려면 민박집에 여장을 풀어야 한다. 장승포항에서 지심도까지 평일에는 하루 3번, 주말에는 5번 운항한다. 배삯은 편도 5000원. 거제까지 가서 지심도만 돌아보고 올 수는 없는 일, 인근의 외도, 해금강 등을 둘러보는 일정을 짜보자.

2. 전남 순천 금둔사와 선암사

전남 순천의 벌교읍이 내려다보이는 금전산 자락에 올라앉은 금둔사는 남도 땅에서도 매화가 가장 먼저 피는 곳 중의 하나다. 지허 스님이 20여년 전 낙안읍성의 오래된 매화의 씨를 받아 심었다는 이른바 ‘납월매’ 6그루가 있다. 납월매란 납월(음력 12월)에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씨를 내준 낙안읍성의 늙은 납월매는 이미 노목이 돼 죽어버렸다. 지허 스님은 “이곳에 남은 게 아마 전국에서 유일한 납월매일 것”이라고 말한다. 섬진강변의 매화는 아직 멀었지만, 납월매는 이미 꽃을 피워올렸다. 다른 매화보다 유독 꽃이 작다. 그것도 가지에 화르르 팝콘 튀듯이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드문드문 피어있다. 매실농장의 폭죽처럼 피어난 매화에서는 대할 수 없는 선비의 풍모가 엿보인다.

금둔사에 매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웅전 마당에는 영산홍이 10여그루 심어져 있고, 장독대 주변에는 동백이 있다. 매화와 영산홍, 동백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을 피워올리면 절집은 그윽한 꽃 향기로 가득 찬다.

금둔사를 찾았다면 인근의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벌교 꼬막을 엮어 한나절 코스로 즐길 수 있다. 봄볕이 따스한 날 낙안읍성에 들어 고풍스러운 초가집 사이로 토담길을 산책하는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안다. 아무 양념 없이 삶아 상에 내놓는 쫄깃한 벌교 꼬막은 이제 막바지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송광사와 선암사까지 끼워넣을 수 있다. 송광사 우화각으로 드는 돌다리 아래는 봄볕에 풀린 물이 도르르 소리를 내며 흐른다. 선암사의 고색창연한 정취야 두말 할 것이 없다. 선암사에서 꼭 보아야 할 것으로 꼽는 것은 돌로 지은 홍교인 승선교와 화장실로는 유일하게 문화재로 등록된 해우소, 그리고 특히 선암사 무우전 돌담에 서있는 수령 600년이 넘는 매화다. 고매(古梅) 또는 절이름을 붙여 ‘선암매’라고 불리는데, 누구라도 첫손에 꼽는 우리나라 최고의 매화다.

3. 전남 광양 매화마을

매화꽃의 절정을 보고 싶다면 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매화마을’을 찾아야 한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매화마을의 구릉에 심어진 매화는 온통 산허리를 따라 팝콘처럼 터진다. 탄성이 절로 나는 장관이다. 너무 독하지도, 그렇다고 옅지도 않은 매화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난다.

섬진강과 나란히 뻗은 19번 도로를 타고 전남 구례에서 광양, 하동까지 섬진강변의 19번 국도는 봄이면 ‘꽃길’이 된다. 꽃이 없어도 강변을 따라가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손꼽히는 길인데, 길 양옆으로 흐드러진 매화까지 곁들여지면 가슴이 벅차다.

구례에서 화개를 지나 경남 하동까지 19번 국도를 따라가다, 하동읍에서 섬진대교를 넘으면 전남 광양땅이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꺾어 다시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청매실농원을 만난다. 이곳이 이른 봄 섬진강 매화세상의 중심지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농원 앞에 2000개가 넘는 장독들도 장관이다.

해마다 매화가 필 무렵이면 다압마을 일원에 워낙 사람들이 몰리는 탓에 인파에 치이기 십상이다. 매화가 절정일 무렵 찾아가면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꽉 막힌 차들로 짜증스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되도록 이른 아침에 찾아가는 것이 요령. 아침나절의 매화가 훨씬 더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이니 일석이조다.

매화가 다 지고 난 뒤에는 섬진강 너머 구례 땅의 벚꽃이 매화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십리 벚꽃길’은 3월 중순을 넘기면서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게 된다.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로 가는 길의 양쪽 산비탈에는 진초록 차밭의 이랑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새로 돋는 찻잎은 밝은 연초록 기운이 가득하다.

화개천을 끼고 있는 보리밭도 청청한 초록의 기운을 내뿜는다.

4. 전남 구례 상위·하위마을

매화의 꼬리를 물고 바로 이어 피어나는 것이 바로 산수유꽃이다. 산수유꽃은 한송이 한송이는 별것 아니지만, 무리지어 피어 수채화 물감처럼 언덕을 노랗게 물들이면 현기증이 일 만큼 환상적이다.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가 바로 전남 구례군 산동면이다. 산동면에서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가 나온다. 산동마을에서도 가장 이름난 곳이 상위마을이다.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상위마을인데, 그 아래는 당연히 하위마을이다.

산수유꽃을 감상하려면 하위마을부터 찬찬히 걸어서 상위마을까지 가 닿는 게 낫다. 하위마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샛노란 산수유꽃이 시야로 달려들어 감당이 안될 정도. 매화처럼 농원을 따로 두고 나무를 모아 심은 것이 아니라, 돌담길이며 논두렁, 집 마당, 산기슭을 가리지 않고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중 눈길이 가는 것이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가의 산수유꽃이다. 졸졸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에 노란 꽃들이 마치 가루를 뿌린 듯하다.

하위마을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면 상위마을에 닿는다. 같은 꽃이 피지만, 산수유꽃 구경의 목적지로 상위마을을 으뜸으로 치는 것은, 이 마을이 ‘고향의 냄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석지붕을 올린 집들 주위로는 어른 허리에서 어깨 높이의 돌담들이 늘어서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고향마을을 찾은 것 같은 정감이 느껴진다.

산수유꽃을 보는 데는 맑고 화창한 날도 좋지만,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 더 운치 있다. 노란 꽃송이마다 빗방울이 송알송알 맺혀있는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가는 봄비 속에서 흐드러지게 산수유꽃이 피어있는 돌담길을 도는 풍경. 그야말로 아름다운 봄날의 모습이다.

상위마을 인근에는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등 이름난 절집이 있다. 화엄사 각황전의 말갛게 씻은 듯 정갈한 모습도 봄날에는 감흥이 더할 것이다.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 걸려있는 사성암에 오르면 까마득한 발 아래로, 섬진강이 구례를 끼고 굽이쳐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 경기 안산시 풍도

서해의 작은 섬 풍도는 이른 봄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곳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이 운항하고, 서남쪽으로 충남 당진 땅이 빤히 내다보이는 곳이지만, 이곳의 행정구역은 경기 안산시다.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이 이 섬의 주소지다. 섬주민이래야 50여가구에 100명 안쪽의 작은 섬. 그 흔한 해수욕장조차 없는 곳이다.

인천항에서 풍도로 가는 길은 제법 멀다. 물길을 따라 육도와 난지도를 거쳐 2시간. 막상 섬에 내려서도 이렇다 하게 눈에 띄는 게 없는 평범한 섬이다. 그러나 풍도의 진가는 마을 뒤편의 야산을 오르면 발견할 수 있다. 야산 이곳저곳에 복수초와 노루귀,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중의무릇 등 야생화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만발한다. 지난 가을의 낙엽을 들추면 어김없이 야생초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고개를 숙여 찬찬히 들여다보면 야생화만큼 아름다운 꽃이 없다. 솜털이 보송보송 나있는 보라색 노루귀가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마을 반대쪽 야산에는 특히 변산바람꽃이 많이 피어 꽃밭을 만들었다.

이렇듯 자그마한 섬에 봄이면 야생화가 만발하는 것은 천혜의 지형 때문이다. 남북으로 능선이 불쑥 솟아있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양지바른 곳에서는 어김없이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야생화 외에도 달래나 두릅 같은 봄나물이 고개를 내밀고, 초여름에는 더덕이며 둥굴레 등의 약초들이 돋아난다. 섬 일주도로를 따라 마을 뒤편으로 돌아가 흉물스러운 채석장의 흔적을 지나면 암릉에 올라 불붙는 듯 지는 낙조를 만날 수 있다.

1. 거제 지심도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로 대전까지 가서 대전 ~ 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에서 내린다. 통영에서 거제방면으로 해안도로를 타고 장승포까지 간다. 장승포항에서 오전 8시와 낮 12시30분, 오후 4시30분에 지심도행 배가 출항한다. 주말엔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30분 배가 추가된다.

2. 순천 금둔사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승주나들목에서 나와 낙안읍성을 향해 857번 지방도로 따라가다 금산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7㎞쯤 더 가면 절 이정표가 나온다.

3. 광양 매화마을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옥곡나들목으로 나와 58번 지방도와 2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하동쪽으로 향하다 섬진다리 앞에서 좌회전해 구례 방면으로 가면 곧 매화마을이다.

4. 구례 상위마을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으로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까지 가서 19번 국도로 갈아타고 구례 산동면에 들어서면 하위마을과 상위마을이 나온다. 이정표가 없어도 노란 산수유꽃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5. 안산 풍도 가는 길

인천항에서 풍도까지는 하루 1편의 배만 운항된다. 인천에서 풍도로 들어간 배가 풍도에서 승객을 싣고 되돌아나오니 당일 여행은 불가능하다. 인천항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항하고, 풍도에서 오전 11시30분에 되돌아나온다. 편도 1만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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